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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초고교급
불행
후루네 로쿠
Furune Loku
フルネ ロク
★★★★☆
한 나라 이상의 규모로
유명함
나이
22세
기수
58기
키/체중
163cm/51kg
성별
시스젠더 여성
국적
일본
생일
2월 29일
활동 구역
일본
키보가미네 학원 출석률
6
뜨문뜨문 나왔으며, 같은 기수라면 친하진 않더라도 얼굴정도는 알고 있음이 있지 않은 이상은 일주일에 최소한 두세번은 등교를 했다.
2지부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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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루네 로쿠
후루네 로쿠. '전 초고교급 불행', 불행의 아이콘 등으로 불리는 '언럭키'의 본명. 놀랍게도 로쿠라는 이름에는 아무 뜻이 없다. 한자로는 여섯 육(六)자를 쓴다. 본인에게도 아무런 의미가 없고, 이름을 크게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 이제는 언럭키라는 이름이 아예 익숙해져버린 것 같다.
○ 가족관계
부 : (양아버지) 후루네 마사사다
모 : (양어머니) 후루네 마리호(사와 마리호)
형제 : (오빠) 후루네 쿄
4인 가정으로, 좁지도 과하게 크지도 않은 평범한 가정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오빠와의 나이차는 거의 나지 않는 편이며, 오빠와 함께 후루네 부부에게 입양되었다. 친부모는 사망했으며, 현재 같은 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오빠 외에 다른 형제들의 행방은 알지 못한다. 가족들은 미래기관에 입사한 로쿠를 자랑스러워 하는 것 같다. 사이는 좋은 편.
○ 흉터
① 팔 : 오른쪽 팔에 중간 정도 크기의 화상 흉터가 있다. 입었을 당시에는 어리고 작은 몸이었기 때문에 팔의 반을 뒤덮을 정도로 커다란 흉터였지만, 크면서 몸이 자랐기 때문에 흉터가 상대적으로 작아보이게 되었다.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당시에 꽤 심하게 다친 것처럼 보인다. 평소에는 붕대를 감고 다닌다.
② 발 : 양쪽 발에 찔리고 베인 흉터가 작지만 여러 개 있다. 평소에는 양말과 신발 아래에 가려지기 때문에 딱히 붕대를 감지는 않는다. 짧은 옷을 입게 된다면 어쩔 수 없이 감아야 하겠지만, 애초에 몸 전체에 여기저기서 생긴 상처가 많아 짧은 옷을 입은 모습은 여름에도 본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레어하다.
○ 특이사항
① 소식가 : 어릴 때부터 원체 굶은 적이 많아 언럭키에게는 끼니를 배부르게 먹는 것 자체가 매우 어색한 행위이다. 맛을 즐긴다기보다는 살기 위해 최소한의 음식 섭취가 필요하다는 느낌이 강하며, 때문에 후루네 로쿠는 빠르고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죽이나 순두부, 인스턴트 식품 같은 음식을 선호한다. 이러한 성향 때문에 다른 사람과 밥을 먹을 때 '밥을 엄청 적게 먹는다'는 소리를 자주 듣곤 한다.
② 저질체력 : 어릴 적부터 밖에만 나가면 상처를 줄줄이 달고 돌아오기 일쑤였기 때문에 밖으로 나가지 않는 생활을 계속해왔다. 때문에 초등학교, 중학교 체육 성적은 최하위권으로 반에서도 알아주는 저질체력이었다. 기본적으로 공부 외엔 무언가를 꾸준히 열심히 노력해본 적이 크게 없어서, 무엇을 하든 쉽게 지치는 것 같다. 사람과 함께 있을 때 피곤해 보이는 건 그가 가족이 아닌 사람과 친밀하게 지내본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힘 ★★☆☆☆
지능 ★★★★☆
관찰력 ★★★★★
정신력 ★★★★☆
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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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부 내 탓인 거겠지...... ”
그의 불행은 대부분 자기 자신에게만 해당된다. 그렇다면 누군가를 대신해서 하는 행동은 상관 없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행동을 하는 주체가 '언럭키 자신'이기 때문에 남을 대신해서 어떤 행동을 했을 때에도, 그 결과가 타인의 것이라고 해도 자신이 실행했기 때문에 좋지 않은 결과가 나타난다. 예를 들어, 조커 뽑기에서 중간에 누군가 대신 카드를 뽑는다고 하면, 그 카드를 가지게 될 사람은 '누군가'이지만 카드를 뽑은 사람은 언럭키이기 때문에 조커나 패에 좋지 않은 카드를 뽑는다.
불행不幸 : ¹ 행복하지 아니함. ² 행복하지 아니한 일. 또는 그런 운수.
후루네 로쿠는 운이 매우 좋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단순히 '운이 나빴다'... 그 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불운한 사람이 아니라, '행복하지 아니한 일. 또는 그런 운수'. 즉 '불행'한 사람으로,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건 결과적으로는 운이 나빴다고 말할 만한 좋지 못한 방향으로도, '행복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방향으로도 흘러가게 된다. 선의로 행한 행동이, 호의를 베풀고 타인에게 웃음을 지은 그 모든 행동들이 그를 행복하지 못하게 만든다. 따라서 그의 불행의 범위는 자연재해 수준이 아니더라도 그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후루네 로쿠와 주변에 그 지인들이 여러 명 있다고 하자. 이 중 한 명 이상이 상해를 입게 된다면, 후루네 로쿠는 자신이 다치는 쪽보다는 그 외의 다른 소중한 사람들이 '자신의 좋지 않은 운 때문에' 다치는 쪽에 더욱 슬프고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다. 따라서 그러한 상황이 나타날 경우 후루네 로쿠보다는 그 주위의 관계성이 깊은 타인이 다칠 확률이 더 높다.
① 로쿠
로쿠의 가족은 가난했다. 첫째와 둘째, 그리고 쌍둥이인 셋째와 넷째로 부모를 포함한 6명의 가족을 이루고 있던 집안은 아버지가 다니던 회사의 부도와 많은 빚으로 인해 크게 재정이 기울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이를 어떻게든 해결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일자리를 찾았지만 이는 쉽지 않았고, 많은 자식들을 감당하는 것도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가족이 모두 함께 끼니를 굶는 일은 다반사였고 아이들은 길거리에 앉아 돈을 받아왔다. 따뜻하고 포근한 집을 뒤로한 채로 반지하로 이사해 퀴퀴한 냄새가 나는 좁은 집에서 6명이 머물었다. 그러던 와중에, 불행스럽게도... 어느 날 태어난 다섯째 쿄에 이어 현재 세간에서 전 초고교급 불행, 언럭키라 불리고 있는 인물인 로쿠가 탄생을 맞이한다. 네 명의 자녀를 감당하기도 힘든 가난한 집안에서 갑작스레 태어난 다섯째와 막내는 가족에게는 큰 불행과도 다름이 없었고, 이름에 의미를 부여하며 애정을 붙이는 것조차도 사치라고 생각한 두 명의 부부는... 마지막으로 태어난 재앙같은 아이에게 여섯 육(六)자를 써 로쿠(6)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단지, 여섯 번째로 태어났기 때문에.
② 불행
로쿠는 어려서부터 운이 매우 좋지 않은 아이였다. 찢어지게 가난한 가정에서 사랑은커녕 미움만 받을 뿐인 막내로 태어난 것도 운이 나빴다면 나쁜 일이겠지만, 로쿠가 하는 일의 모든 결과는 거의 모두가 최악이었다고 봐도 무관했다. 빵조각이라도 얻어 오라고 길거리에 아이를 내보내면 항상 어디선가 다쳐오거나 이상한 물건들을 주워오고는 해서, 부부에게 로쿠만한 골칫거리는 없었다. 얻어오는 건 하나도 없는 주제에 주는 음식만 먹을 줄 아는 식충, 불행 덩어리. 두 사람으로부터의 취급은 딱 그 정도였다. 다른 형제들조차도 막내인 로쿠를 격려해주기는커녕, 로쿠와 함께 있으면 안 좋은 일만 일어나게 된다며 부모님이 보는 앞에서도 적나라하게 괴롭히고 관심을 주지 않았다. 정말로 운이 좋게, 어디서 얻어온 물건이 생기면 다른 형제들이나 부모님께 빼앗기기 일쑤였다. 로쿠는 '자신의 물건'을 가질 수가 없었다. 만족감을 느낄 수가 없으니 행복감을 느끼는 것도 어려웠다.
③ 유년기
돈이 없어 유치원에 다니기 어려웠다. 겨우겨우 가게 되어도 결석하고 빠지는 일이 잦았다. 가정의 불화는 점점 커져만 가고 부모님의 눈을 피해 틈만 나면 놀이터로 달려가 주위 아이들과 어울리려고 애를 쓰던 다른 남매들에 비해 ㅡ나가기만 하면 사고를 줄줄 달고 온다며 꾸중을 들은 탓에ㅡ 밖으로 잘 나가지 않던 로쿠는 이렇다 할 친구가 없었다. 말을 나눠본 사람이라고는 가족들 밖에 없었고, 또래 아이들과는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도 어려워했다. 그건 아마도,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첫째와 둘째는 틈만 나면 주먹질이나 발길질을 해댔고 셋째와 넷째 쌍둥이는 로쿠가 '저주받은 아이'라며 동네에 소문을 내고 다니기 바빴어서, 사람 자체를 마주하는 것을 무서워했기 때문일 것이다. 유일하게 자신에게 호의적으로 대해주는 상대라고는 다섯째, 바로 위의 오빠밖에 없었고 로쿠는 그를 잘 따랐다. 오빠는 때리지도 않고 자신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 주거나, 상처가 나면 치료해주거나 상냥하게 말해주었다. 다만 오빠는 자주 밖으로 나가고는 했다. 로쿠는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오빠는 본 적이 없었다. 다만, 부모님이 아주 가끔씩, 오빠를 칭찬하는 모습을 봤었다.
④ 노력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성장해야 했을 아주 어릴 적부터 불행을 불러오는 아이라며 사랑받지 못했던 로쿠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애정을 받고자 하여 뭐든 잘 하려는 노력을 했었다. 밥 한 끼 제대로 먹을 형편도 되지 못했기에, 몸을 크게 움직이는 활동은 꿈도 꿀 수 없었지만, 집안에서도 워낙 눈치가 빠르고 영리했던 언럭키는 실제로 머리를 쓰는 데에 재능이 있었다. 유치원에 다닐 시절부터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는 똑똑하고 성실한 아이였고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는 공부를 잘 한다며 칭찬을 많이 받았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결실을 맺을 수 없었다. 시험이 시작되면 갑자기 배가 아프거나 머리가 빙글빙글 돌아 집중을 도무지 할 수가 없었다. 운 좋게 시험을 마쳐도 시험지가 분실되거나, 아예 참여 자체를 하지 못하는 일도 잦았다. 모든 일들이 이런 식으로 이어졌다. 로쿠는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노력할 수 없었다. 너무 운이 나빴기 때문에, 무슨 짓을 해도 노력의 결과가 나타나지 못했다. 전부 허사였고 의미가 없는 행동이었다. 목적과 목표는 점점 흐려져만 갔다. 로쿠는 참고, 책임지고, 체념하는 법을 빨리 배웠고, 흔히 어른스럽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⑤ 수면
처음에는 단순히 운이 나빴다고 생각했다. 불행을 끌고 오는 아이라느니 해도 그냥 다른 사람보다 운이 좀 안 좋을 뿐이고, 대부분의 일들은 우연의 일치일 뿐이다... 이렇게만 받아들였다. 그러나 반복되는 불행은 로쿠를 지치게 만들었다. 목표도 노력에 따른 결과도 없이 힘을 내기만 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고 어린 아이가 위로를 받거나 투정을 부릴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나 그런 노력마저도 하지 않게 된다면 더더욱 미움받을 것 같아 나태해질 수도 없었고, 날이 가고 해가 갈수록 스트레스는 점점 쌓여만 갔다. 그래서 눈에 들지 않는 곳에서 잠을 잤다. 집에 있을 땐 한 구석에 웅크려서 쪽잠을 잤고 학교에선 쉬는 시간 종이 울리면 엎드려 눈을 감았다. 꿈도 꾸지 않는 깊은 잠 혹은 얕은 잠 속에서의 꿈은 보상 없는 현실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회피구처럼 보였고 때때로는 행복한 꿈을 꾸곤 했다. 꿈 속에서는 불행이라고 불리지 않아도 되었다. 잠을 자면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았다. 자도 될 때는 언제나, 습관적으로 잠을 청했다.
⑥ 화재
의미 없는 날들은 하루하루 지나가고,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 즈음이었나, 학교에서 돌아온 로쿠가 잠깐 깜빡 졸았던 때가 있었다. 큰 소리와 매캐한 냄새, 뜨거운 감각에 언제 잠이 들었었나, 하고 눈을 뜨니 좁은 집 안에서 뜨거운 열기와 함께 검은 연기가 뭉글뭉글 차오르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깜짝 놀란 로쿠는 집 안을 급하게 들러봤고, 모든 것의 근원지가 가스레인지 위에 놓여 있는 작은 냄비임을 알 수 있었다. 살짝 녹이 슬었던 냄비는 새카맣게 타서 본래의 색을 알아볼 수 없었고 그 위로는 뜨거운 불이 활활 타오르며 주변으로 번져나갔다. 로쿠는 놀란 마음에 손에 아무거나 쥐어 물을 담아 뿌렸지만 불은 수그러들 줄을 모르고 한 명의, 그것도 작은 초등생 아이의 힘으로는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더 크게 피어올라서 어린 로쿠의 팔에 큰 화상을 입혔다. 그 후로 팔의 화상이 아프기도 하고 혼자서는 불을 어찌할 방도를 도무지 찾을 수가 없어 우선 살고자 하는 마음만으로 맨발로 집을 뛰쳐나왔지만 좁은 골목길, 그것도 반지하에 위치한 집은 사람들이 잘 드나들지 않았고, 집안 사정으로 휴대폰을 소지하지 않고 있었던 로쿠는 화재 신고도 못한 채 다친 팔을 꾹 쥐고 있어야만 했다. 결국 아무것도 신지 않은 발에 상처를 입어가면서 사람이 다니는 거리까지 나가 도움을 요청한 결과 소방차는 집 앞에 도착했지만, 너무 늦은 탓에 집 안이 새까맣게 탄 것은 물론이고 윗집까지 불이 어느 정도 번진 상태였다.
⑦ 불안
"안에서 성인 남녀의 시체 두 구를 발견했습니다." ─불이 거의 진압되었을 때 즈음, 한 소방관에게서 들은 말이었다. 후루네 로쿠가 화재를 발견했을 때 집 안에 있었던 사람은 로쿠 자신 뿐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집 안쪽 작은 방에서 잠을 청하고 있던 로쿠의 부모님은 집 안에 화재가 난 줄도 모르고 질식사하고, 시체까지 불이 옮겨붙은 탓에 얼굴은 알아보기도 어려운 상태가 되었다. 꽤 큰 상처를 입은 로쿠는 소방관의 부축을 받아 병원으로 이동했지만 때는 저녁이었고, 나머지 가족들이 집에 돌아올 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로쿠는 구급차에 몸을 싣는 순간까지도 다 타버린 집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안 좋은 일이 일어난 게 모두 자기 탓인 것만 같아서 마음이 무거웠다. 멀쩡하던 가스레인지에서 갑자기 불이 피어오른 것도 자신이 운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고, 집이 타버린 것도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도 자신 때문이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떠올랐다. 몸을 뉘이기라도 할 장소마저 없어진 형제자매들이 자신을 보고 어떤 반응을 할지, 어떤 눈빛을 보낼지 무섭기도 했으나, 동시에 사람이 죽었는데도 이런 걱정이나 하고 있는 자신이 경멸스러웠다. 팔은 화끈하고 따가웠고 돌을 밟고 유리에 베인 발에서는 피가 흘렀지만, 아팠기 때문이 아니라... 온갖 불안에 겨워 눈물이 차올랐다.
⑧ 말
남매들은 모두 로쿠의 치료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며 병원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팔과 발에 붕대를 감고 걸어나오는 로쿠는 그들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특히 자신에게 상냥하게 대해주었던 막내 오빠의 얼굴을 보는 것이 제일 무서웠다. 쭈뼛거리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지만 분노나 실망이 서린 매서운 눈빛들에 다시 한 번 어깨를 움츠리며 고개를 숙여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기나긴 적막이 지나고 마침내 몇 사람이 입을 열었고, 로쿠는 할 수만 있다면 귀를 막은 채 갈 수 있는 데까지 도망치고 싶었다. 너는 대체 무슨 정신머리를 가지고 있는 거야? 하다하다 이제 집에 불이 나서 엄마 아빠가 죽어? 웃기지도 않는다. 너 때문에 이제 우리는 다같이 사이좋게 고아원에 가게 생겼어. 이거 책임 질 거야? 이런 일이 일어난 건 보나마나 로쿠, 네 그 빌어먹을 운 때문이잖아. 언젠가 이렇게 사고칠 줄 알았다니까. 허구한 날 안 좋은 일만 가져다주는 애는 진작에 갖다 버리자고 부모님께 성화를 냈어야 하는 건데, 정말! 그렇지, 언니, 오빠? 이게 다,
너 때문이야.
⑨ 고아원
남겨진 아이들은 집도 없고 보호자도 없었다. 당장 방 한 칸이라도 마련해 생활비를 벌 능력도 없었고, 집 안에 있던 물건들은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전부 타 버렸다. 때문에 고아원에 갈 수밖에 없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가난한 집을 위해 악착같이 돈을 모운 첫째와 둘째는 고아원에 들어가지 않고 각자의 짐을 챙겨 멀리 떠났다. 아직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셋째와 넷째, 쌍둥이는 로쿠와 같은 고아원에 간다면 분명 입양은 꿈도 꿀 수 없을 거라며 마지막으로 크게 비웃는 얼굴만을 보여주고는 다른 고아원으로 가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중학생이 된지 얼마 안 된 막내 오빠는 끝까지 곁에 남아있어 주었고 손을 잡고 같은 고아원에 가게 되었다. 같은 중학교에도 갈 수 있었다. 로쿠는 자신의 손을 꾸욱 잡은 막내 오빠의 손을 보고 그래도 자신을 아주 미워하지는 않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고아원에 들어간 이후로는 쌍둥이들도, 첫째 둘째 오빠 언니들도 두 번 다시 만나볼 수 없었다.
⑩ 입양
고아원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물을 쏟거나 그릇을 깨거나 하는 실수가 잦았기 때문에, 들어온 지 일주일이 안 되었을 때부터 원장에게 큰 미움을 샀다. 친구라고는 제대로 사귀어 본 적이 없는 로쿠는 새 친구를 사귀기도 어려웠다. 새로운 걱정과 스트레스로 불안감은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오빠에게 털어놓기에도 오빠는... 충분히 지친 얼굴을 하고 있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런 걱정은 오래 가지 않았다. 고아원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아 원장에게서 '후루네 부부께서 너희를 입양하기를 원하신단다,'라는 말을 전해들었기 때문이다. 만난 부부는 아이를 가지지 못해 둘을 입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매우 인상이 좋아 보였고 친절했으며, 두 남매의 입양은 빠르게 결정되었다. 따뜻하고 상냥한 부부와 의지가 되어주는 오빠... 상상 속에서만 그린 이상적인 가족 같았다. 가족이 된다는 기분은 매우 생소한 것이었다. 잠시나마... 비구름이 개이고 햇볕이 드는 것 같았다.
⑪ 중학교
도착한 집은 깨끗하고 넓었다. 동화책, 길거리에 광고용으로 전시된 TV 안에서나 보던 평범한 일본식 가정집이었다. 생전 처음으로 가져보는 개인 공간, 자신의 물건과 따뜻한 밥과 잠자리가 있었다. 그런 집에서 지낼 때면 평온함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잠을 자는 시간도 꽤 줄었다. 그러나 로쿠가 기다리지 않는 때가 다가오고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중학교 입학식. 로쿠는 자리잡게 된 집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고 친구를 사귈 자신도 없었다. 부모님과 오빠는 그런 로쿠를 격려해 주었지만 입학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무섭다는 생각만 커져 갔다. 정작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큰 사고는 없었지만 종종 과학실에서 약품을 쏟아 위험할 뻔 했다거나, 근처에 있던 화분이 갑자기 떨어지는 등의 소란을 피워 부모님께 연락이 간 적은 다수 있었다. 친구를 사귈 자신이 없다는 건 근거 없이 하는 말이 아니었기에... 정말로 그렇다 할 친구는 생기지 않았다. 교실에서는 늘 혼자였고, 로쿠는 학교 일과 중 종례 시간이 가장 기분이 좋아보였다. 양부모님을 실망시켜드리고 싶지 않아 공부에 열심히 매진했지만... 결과는 불보듯 뻔한 일이었다.
⑫ 오해
무난하게 중학교 생활을 하던 도중이었다. 벚꽃이 만개하고 3학년이 졸업할 시기가 되어갈 때 즈음, 후루네 로쿠가 아직 2학년일 때에 일어난 일이었다. '초고교급 불행 언럭키'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건. 길을 가던 후루네 로쿠는 골목길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는 사람을 목격하고 그를 흔들어 깨운다. 당황한 나머지 신고할 생각은 차마 하지 못했고, 의식이 있는지만 확인하려는 도중에... 길을 가던 행인이 로쿠와 그 사람을 목격하고는 비명을 지르더니 급하게 사진을 찍고서는 해명할 틈도 없이 골목길을 뛰쳐나갔다. 경찰차와 구급차가 오고 로쿠가 마주한 말들은 로쿠가 발견한 사람은 살인 사건의 피해자이며, 현재 SNS에 퍼진 사진으로 로쿠가 범인으로 의심받고 있다는 어처구니 없는 말이었다. 최초 목격자로서 경찰서에서의 증언을 마치고 휴대 전화를 켜보자 눈에 들어온 것은 엄청난 전화, 메세지, 메신저 알람이었고, 계정만 만들어둔 SNS에 급하게 들어가자 쓰러져있는 사람 옆에 주저앉은 로쿠의 사진이 타임라인을 도배하고 있었다. 함께 쓰인 글들은 중학생 살인마, 살인 현장 목격 등의 자극적인 언어들이었고, 게시글은 손도 쓸 틈이 없이 단시간에 빠르게 퍼져나갔다. 얼굴에는 모자이크 처리 하나 안 된 채로.
휴대폰에 울리는 모든 알림들은 후루네 로쿠의 신상을 알아낸 사람들이 보낸 문자, 메세지, 전화였다. 알림은 쉴 새 없이 울렸고 화면을 보고 있으면 시도 때도 없이 전화 알림이며 팝업창이 얼마나 많이 뜨는지 휴대전화를 부숴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그건 후루네 로쿠에게 꽤 당황스러운 경험이었고 큰 스트레스를 가져왔다. 다음 날 학교에 가면 일어날 상황을 차마 상상할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출석은 했지만 자신을 쳐다보는 수많은 시선들이 두려워 그대로 학교를 조퇴하고 집으로 뛰어갔으나 눈에 들어온 집의 풍경은, 담벼락에는 온갖 욕과 낙서들이 스프레이로 적혀져 있고 쓰레기가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현장이었다. 보기만 해도 머리가 아찔해져 그대로 문을 쾅 닫고 한동안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휴대폰으로 수많은 욕 문자가 전송되어져 오는 것도 공포 그 자체였고, 시도 때도 없이 두통이 찾아왔다. 며칠간 학교에 나가지 않았고 휴대 전화도 모두 껐다. 커튼을 친 채로 방 안에만 있었다. 자신의 개인정보가 모두 밝혀졌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두렵고 무서운 것이었다. 머릿속에서 잊었던 말이 잠시 들려오는 듯 했다. 너 때문이야.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로 억울했다.
때문에 후루네 로쿠는 직접 해명을 하기로 결심했다. 유명한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해 게시글을 올리는 것이었다. 인터넷은 단시간에 많은 정보가 퍼지는 곳이었으며 오해가 시작되기도 한 공간이었으므로 자신이 앞으로 올릴 글 또한 널리 퍼지게 되리라고 생각했다. '언럭키'라는 닉네임으로 차분하게 글을 써내려갔고 내용은 요약하자면 오해로 생긴 일이며 나는 살인자가 아니다, 정도였다. 글의 내용만 보고는 믿기 어려울 것이라 판단해 창 밖 풍경을 찍어 올리기도 했다. 복잡한 심경으로 화면을 끄고 그대로 몇 시간이 지났나, 부모님으로부터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용은, '유능한 프로파일러의 도움으로 진범을 밝힐 수 있게 되었다. 인터넷 상에서 꽤 유명해진 탓에 언론의 힘이 크리라 생각한다. 금방 진정될 것이다. 학생의 신상을 밝힌 사람들이나 집 앞에 찾아온 사람들은 최대한 빨리 처벌하도록 하겠다.'
⑬ 초고교급 불행
아주 오랜만에 들어간 사이트에는 로쿠가 쓴 글이 몇 천번은 넘게 스크랩되어 있었다. 관련 인터넷 기사 주소와 함께 댓글도 많이 달렸다. 추천을 얼마나 받았는지 사이트 메인에 올라갈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글을 봤다. 호기심에 잠깐 사이트를 둘러보자 자신은 이미 '언럭키'라는 닉네임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것 같았다. 자신이 같은 중학교 같은 반에 재학하고 있고 그 애는 운이 엄청 안 좋은 아이라는 내용 비슷하게 제 학교 생활을 떠벌리는 글도 수십 개는 올라와 있었다. 내향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조용히 지내고만 싶은 로쿠에게는 그야말로 최악이 아닐 수 없었지만 오해가 풀린 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었다. 학교에 나갔을 때 받는 시선은 여전히 부담 그 자체였지만 자신에게 아는 척을 하는 아이도 있었다. 갑작스레 얻은 인지도 때문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일이 해결된 것 같아 후련해진 기분이 들었다. 후루네 로쿠는 SNS 좀 하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게 이상할 정도로 유명인이 되어 있었지만, 다시 완만한 중학교 생활을 보냈다.
하지만 그의 불행이 다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는 일이 생긴다. 몇 개월 후, '언럭키'가 초고교급 불행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각 분야 중 최고의 고등학생만을 선발한다는 키보가미네 학원은 매해 스카웃하는 신입생이 알려질 때마다 2ch 등 각종 인터넷 사이트를 뜨겁게 달궜었는데, 그 중 한 명에 속하는 것이 바로 후루네 로쿠, 언럭키였다. 사람들은 불행이라는 요소에 큰 흥미를 가졌고 그는 더욱 유명해졌지만, 로쿠는 그다지 달갑지 않았다. 운이 좀 많이 좋지 않은 것 뿐이라고 필사적으로 생각해왔던 자신의 '불행', 행복하지 못한 모든 일들과 운들이 온전히 자신의 것이라고 못이 박아지는 것 같아서였다. 키보가미네 학원 입학은 특별한 재능을 가진 것도 아니고 단순히 운이 나빠서 선정되었을 뿐인 로쿠에게는 아주 오묘한 기분을 선사해 주었다.
⑭ 미래기관
<키보가미네 학원 58기 학생들의 졸업을 축하합니다.>... 3년은 의외로 어찌저찌 키보가미네에서의 학원 생활은 마쳤으나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가 난관이었다. 어엿한 성인이 되었고 고등학교도 졸업했지만 이미 불행으로서 이름을 널리 날린 자신은 어디에서도 받아주지 않을 것 같았고, 이왕이면 한 사람 몫은 제대로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렇기 때문에 결정한 것이 미래기관 입사였다. 졸업 후 몇 개월 간 사무에 필요한 기초 능력들을 배우고 바로 미래기관에 지원했으나, 미래기관에서도 불행이라는 재능이 발목을 잡기에는 매한가지였다. 그러나 간신히 2지부에 들어갈 수 있었고, 실수는 잦았지만 금방 노련해질 수 있게 되었다. 바쁜 하루하루였지만 오히려 그랬기 때문에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 수 있어서 좋은 나날들이었다. 미래기관에 입사한지도 1년이 조금 넘은 지금... ...
< 미래기관 긴급 회의가 있을 예정입니다. 각 지부에서는 대표를 선출하여, 긴급 회의에 필수로 참여해주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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