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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
우미와 소라와 츠치. 셋이서 찍은 마지막 사진.
반지_
구름이 달려있는 플라스틱의 조악한 반지.
우리 우정의 상징이었어.
분명 같은 것이 우미에게도 있었는데.
전 초고교급
항공교통관제사
야마나시 츠치
Yamanashi Tsuchi
ヤマナシ ツチ
나이
23
기수
57
키/체중
182cm/68kg
성별
시스젠더 남성
국적
일본
생일
10월 29일
활동 구역
일본
키보가미네 학원 출석률
10
하루도 빼먹지 않고 모두 출석함.
같이 재학한 윗학년 아래학년 모두 알고있음.
12지부 지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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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 소년은 어렸을 적 부모님을 잃었다. 주위에게 가엾게 여겨질지도 모르겠지만, 딱히 그 사실이 소년을 힘들거나 비참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그야, 이제 와서는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는걸. 소년에게 있어 애초 집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던 부모님은 딱 언젠가의 사진에서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어린 자신과 함께 웃고 있는 어른 정도일 뿐이었다. 주위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훌륭한 분들이셨는데, 그만 실험을 하던 중에…….”라고 말해왔기에 어떤 식으로 죽었을지 어렴풋이 추측할 뿐, 아무튼 소년에게 부모님은 남에 가까운 존재였다.
002 하지만 역시 어린 나이에 보호자를 잃었다는 사실은 변함 없었다. 마땅히 소년을 맡아줄 친인척도 없었기에, 소년은 하마터면 길거리에 나앉을 뻔했다. 허나 다행히도, 부모님이 생전에 친하게 지냈던 어른 쪽에서 소년을 기꺼이 보호하겠다고 자청했다. 어른의 집에 동갑인 쌍둥이 둘이 있단 말에 소년은 자신이 민폐가 되는 건 아닐까 싶어 거절했지만, 어른들은 전혀 상관없으니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쌍둥이 -정확히는 그중 오빠- 쪽에서 환영해줬기에, 소년은 쭈뼛쭈뼛 집으로 들어섰다.
003 소년의 눈에 쌍둥이들의 사이는 매우 좋아보였다. 유우마 우미, 유우마 소라. 그런 이름의 쌍둥이들은 매일같이 “나는 하늘, 너는 바다.”, “우리는 언제나 함께야.”, “함께 세상을 관찰하자.” 같은 이야기를 하며 붙어다녔다. 물론 소년더러 “츠치도 우리랑 같이 세계를 관측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라고 말해주는 우미가 있었기에 특별히 소외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매우 어렸을 때부터 진로를 결정해둔 듯한 쌍둥이들을 따라다니고, 막연하게 나도 이런 쪽의 직업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자신이 생각보다 이런 일에 재능이 있음을 느꼈다.
004 이미 말했듯 소년과 쌍둥이들 사이의 관계는 나쁘지 않았으나, 딱 잘라서 친하다고 할 수 있는 건 우미지, 쌍둥이가 아니었다. 소라와의 관계는 딱 친구의 친구 같은 관계. 우미, 소라, 츠치. 이렇게 셋이 있을 때에는 딱히 어색함이나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평범하게 잘 지낼 수 있지만, 우미가 사라지면 정적이 시작되는 서먹한 사이. 그래서 묘하게 소년과 소녀는 서로를 피했다. 때문에 셋이서 노는 시간보다 우미와 소라, 우미와 츠치. 이렇게 둘만 따로 노는 시간이 훨씬 길었던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005 그래도 행복했다.
006 소라와도 분명 언젠간 친하게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007 우미도 소년도 하늘을 동경했다. 어딘가의 높은 옥상에 올라가서 함께 웃고 떠드는 것이 일과였다. 늘 가던 건물, 늘 가던 옥상. 그 앞에서 10시에 만나자. 우미는 환하게 웃으며 언제나와 같이 말했다. 알겠어. 따라 웃으며 가볍게 대답한 츠치는 9시 56분, 건물 앞에 섰다. 10시 2분, 늦어서 미안하다며 우미가 도착했다. 상관없어, 어서 올라가자. 평소와 같았다. 어제 본 만화 따위의 이야기를 하며 옥상에 도착했고, 당연하다는 듯이 우미는 난간에 기댔고, 그리고, 그게 마지막이었어.
008 …우미가……. …난 그 건물이 낡은 걸 알고 있었는데, 난간이 삐그덕거리는 걸 알고 있었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막지 못했고, 구하지 못했어. 전부 내 잘못이야.
009 조금 울먹이며, 그럼에도 담담한 어조로 전달했다. 우미의 죽음에 그 누구보다 슬퍼할 사람은 자신이 아닌 소라다. 그러니 소라의 앞에서 약한 소리를 해서는 안 된다. 그런 판단 하에 최대한 절제하며 말한 것이었지만, 아마 소녀의 눈에 그건 꽤 좋지 않게 보였던 모양이라. …아닌가? 어쩌면 어조나 사고의 원인 따위엔 애초에 관심이 없었던 걸지도 모른다. 아무튼 소년은 그렇게 전달하는 자리에서, 소녀에게 경멸받았다. 너만 아니었어도. 그렇게 말하는 소녀의 눈엔 이미 소년이 인간 이하의 것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만 같았다.
010 나는 그래도 그게 일시적일 거라고 생각했어.
011 우미가 사라진 뒤, 소년과 소녀의 세계는 엉망진창이 되었다. 애초에 사정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세 쌍둥이로 보일 정도로 소라, 우미와 닮아있었던 츠치를 소라와 우미의 부모님 마저 우미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당황하여 아니라고 부정하면 그제서야 부모님은 미안하다며 사과하고 주저앉아서 하루종일 눈물만 흘렸다. 그런 일이 몇 주 지속되며, 츠치는 결국 부정을 포기했다. 고작해야 이름만 다르게 부르는 수준이다. 나는 제대로 야마나시 츠치잖아. 또, 우미라고 부르는 것만 제외하면 제대로 츠치로 대해주고 계시니까. 괜찮아.
012 분명 이 이상으로 무너질 일도 없을 테니까.
013 착각이었다.
014 애매하고 미적지근한 태도를 취하며 야마나시 우미인 것처럼 살아가던 소년은 이내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매우 사소한 것이었지만, 부모님의 태도가 달라졌다. 예를 들어 부모님이 아침에 아이들을 깨우는 순서는 늘 우미-소라-츠치 순이었는데, 어느 순간 츠치를 소라보다 일찍 깨우기 시작했다. 테스트에서 몇 점을 받아도 남의 자식인 츠치를 나무라는 일은 없었는데, 낮은 점수를 받아온 날에는 꾸지람을 들었다. 그 꾸지람 속의 소년은 여전히 우미였다. “우미, 지금까지 잘해오던 애가 갑자기 왜 그러니.”
015 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무언가를 잘 해낸 적이 없었어요.
016 그리고 난,
017 …아니에요. 잘게요. 죄송해요.
018 더 이상 소년은 야마나시 츠치도, 야마나시 우미도 아니었다. 유우마 우미로 여겨지는 무언가였다. 더 이상 부모님은 소년의 부정에도, 소녀의 눈물 섞인 부정에도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무표정으로 주시하다 자리를 피할 뿐이었다. 아, 그렇구나. 완전히 망가져버린 거구나. 정신 차려보니 소년을 제외한 모두가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019 모두가 무너졌다면 무너지지 않은 내 쪽이 이상한 거 아닐까.
020 그런 거라면 나도 완벽하게 망가지는 게 낫겠지?
021 소년은 천천히 우미의 성격을 연기하기 시작했다. 애초에 큰 성격차이가 없어 잘 맞았던 둘이기에, 어려움이 따르지 않았다. 그리고 여전히 우미는 죽었다고, 저건 츠치라고. 울며 소리 지르는 소라에게 조심스럽게, 단정적인 어투로 말했다.
022 내가 우미의 대역이 될게.
023 다음 날부터 소년은 우미인 척을 하며 부모님과 웃고 떠들었다. 졸업 후에는 일부러 중학교는 멀리 떨어진 곳으로 입학해, 사정을 설명하고 유우마 우미라 적힌 교복을 입기까지 했다. 소라가 어떻게 느끼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게 내가 해낼 수 있는 최선이니까. 소중한 누군가를 잃는 것은 우미만으로 충분하다. 그러니까 내가 우미인 채로 있는 거야. 소라도 분명 이해해줄 거야.
024 소녀는 어쩐지 깊게 결심한 듯, 소년의 거짓말에 동참했다. 쉽게 깨어질 만들어진 행복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소년과 소녀는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025 그러면서 소라는 한 가지 조건을 걸었다.
026 네가 우미가 되기로 결정했다면, 함께 우미의 꿈을 이루는 데에 협력해줘. 그게, 우미를 위한 마지막 배려라고 생각하고.
027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우미의 대역이 되겠다고 말했을 때부터 그럴 생각이었다. 네 몫의 인생을 빼앗아 살아가는 나는, 최소한 너의 꿈을 이뤄줘야 한다고 생각해. 그리고 동생을 누구보다 아꼈던 너를 연기하는 만큼, 누구보다 소라를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되잖아. 그러니까 난, 누구보다 노력할게. 누구보다 네 이름을 빛나게 만들어 줄게. 하늘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네 이름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도록 만들게.
028 …츠치가 항공교통관제사로 일하기 시작한 것은 열 다섯 무렵이었다.
-
당연하지만 고소공포증은 진짜 우미가 눈앞에서 추락했기에 생긴 것으로, 우미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극복했다는 것이 모순적인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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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우미와는 동일인물이라고 자주 착각당할 정도로 닮아있었고, 또 성격도 좋아하는 것도 비슷했기에 연기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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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일을 매우 두려워한다. 우미의 이름에 먹칠할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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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을 때에는 거울을 보고 실수하지 말자고 중얼이곤 한다.
힘 ★☆☆☆☆
지능 ★★
관찰력 ★★★★★
정신력 ★
운 ★★★★★☆
※전 초세계급 해상교통관제사, 유우마 소라
미안해. 내 삶이 내 몫이 아니라는 건 나도 알고 있어. 나를 원망해.
_소라에게 괴로울 정도의 미안함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동시에 -어차피 연기에 불과한 걸 알고 있는 데도- 진심으로 동생처럼 생각하고 있다. 그렇기에 소라가 원하는 것이라면 전부 기꺼이 하려 들며, 그녀를 실망시키는 일을 매우 두려워한다.
★★★★★
전세계 대부분이 알고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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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해도 대신이 될 수 없는 나를 원망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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