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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6지부만을 생각하며 결심했었으나 최악의 상황으로는 다른 지부 역시 몰살당하는 것이었으므로, 한 지부가 전부 몰살 당하는 상황에 처할 바에야 둘로 끝내는 편이 나을 것이라 여겨 살인을 결심했다는 쪽이 맞습니다.
새벽 3시, 그레이는 주방에서 흉기가 될 식칼을 챙깁니다. 제 소지품인 총을 사용해 살인을 했다간 총성이 다른 이들에게들릴 거라 생각해 총을 사용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입니다.
주방에서 빠져나온 그레이는 급한 마음에 정했던 일이기에 누구를 살해할지 생각해본 적조차 없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우연찮게도 개인실 앞을 서성거리는 사카키바라 치사를 마주했고 살인에 급급했던 그레이는 치사를 피해자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평소와 다를 바 없는 그레이의 모습으로 꽃밭이라도 보러 가지 않겠냐는 이유를 대며 치사를 사람이 없는 곳으로 데려가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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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하뀨와 하쿠가 사람에게 창을 조준하는 동안 우리는 이 살인게임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불안해하며 서로를 의심했습니다. 언젠가는 누군가 살인을 하리라, 믿으면서도 믿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일이 일어난 이후 며칠이 지나도 살인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지나간다면 좋았을 텐데 살인이 일어나지 않자 지루해진 하뀨와 하쿠는 지부장과 지부원들을 모두 모아 동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냐며 새로운 동기를 제안을 하게 됩니다.
두 번째 동기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 살인을 하지 않으면 랜덤으로 한 지부를 전부 몰살 시키겠다. ’ 상당히 당황스러운 제안이었습니다. 가능할리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의문이 맴돌았습니다. 사람의 심리를 적당히 건드리는 그런 동기였습니다.
하뀨와 하쿠는 제 말만 하고 어딘가로 사라졌습니다. 사라진 자리에는 서로의 의심과 정적만이 남아있을 뿐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건 아무런 소용도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살인을 해야만 하는 경우였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그 제안을 받아들여야만 했습니다. 그레이는 살인을 결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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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 40분경,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정원에 도착한 그레이와 치사는 꽃을 구경하며 마지막 담소를 나눕니다.
그레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윽고 치사에게 식칼을 들이댑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치사는 저항을 했습니다. 이때 약간의 난투가 벌어져 치사와 그레이에게 자잘한 상처가 남아있게 되었습니다. 많은 시간이 흐르지 않았을 때 그레이는 치사의 복부에 식칼을 찔렀고, 치사는 많은 피를 흘리며 새벽 4시 10분경 그대로 쓰러집니다. 치사는 쓰러진 상태로 다잉 메시지 Gray의 ‘g’를 남깁니다.
그레이는 힘없이 쓰러진 치사를 보며 피가 묻은 손으로 어깨와 팔을 재차 잡아보고는 들키지 않을 필요가 없다고 느껴 여자 화장실에서 피를 씻어내릴 뿐 별다른 정리 없이 개인 실로 돌아갑니다. 이로써그레이의 살인은 끝마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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