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하쿠의 말에 미카엘은 평소에 보여주지 않던 화가 난 모습을 보이며 하쿠에게 위협을 가합니다. 그러자 하쿠는 기다렸다는 듯이 나쁜 아이에게는 벌을 줘야 한다며 궁니르를 날립니다.

 

 

그때였습니다, 날아오는 궁니르를 막는 것은 다름 아닌 치사였습니다. 미카엘의 앞에 서서 궁니르를 대신 맞으려 하지만 홀로그램인 치사에게 창은 닿을 리 없었고, 궁니르는 그대로 미카엘을 향했습니다. 비록 소용 없는 창이었으나 하쿠는 치사의 난입에 짜증을 냅니다. 왜 방해하는 거냐, 혹시 기억이라도 나는 거냐, 동질감이라도 느끼는 거냐며요. 치사는 그런 하쿠의 말을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고 애꿎은 사람을 왜 괴롭히냐며 반항합니다. 하쿠는 폭소를 터뜨리며 사랑 받지 못한 두 명의 꼴이 우습지도 않다고 합니다. 하쿠는 치사에게 사랑받지도 못했으면서 언제까지 외면만 할거냐고 이야기합니다.

Chapter 2.7

우리를 시험에 들게하지 마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희망과 행복의 영광이 당신에게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살인이 2번이나 일어난 후의 목요일, 우리는 어느때나 다름없이 하쿠의 부름에 모이게 되었습니다. 더이상 하쿠의 부름에 답해줄 가치같은 건 찾아낼 수 없지만었지만 어이없는 동기를 듣지 않기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다름없이 하쿠는 앞에 나서서 동기를 이야기했습니다. 말을 마칠때가 되자 어떤 사람은 꽤나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는 중얼거립니다. ‘ 또다시 그런 이야기에 넘어갈 것 같나요? ’ ...미카엘이 한 말은 하쿠의 신경을 건드리기에 알맞았습니다. 하쿠는 무슨 뜻이냐며 반문하지만 미카엘은 태평하게 말을 잇습니다. 저번 일을 보고 깨달았다며, 신을 믿고 그의 가호가 있다면 또 다른 비극 없이 모두가 나갈 수 있을 거라고. 미카엘다운 이야기였습니다.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신이라도 붙들어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면 미카엘의 이야기가 달콤하지 않을수가 없었습니다. 홀리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하쿠는 우습다는 듯이 미카엘을 비웃습니다. 미카엘은 신을 믿지도 않았으며 사랑하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즈음, 미카엘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하쿠의 말을 막으려 합니다. 하지만 하쿠는 여유롭게 또다시 창을 맞고 싶은 거냐며, 어짜피 곧 죽을 목숨 조금 더 빨리 죽게 해줄까 라며 미카엘을 곤경에 처하게 합니다. 그 말에 미카엘은 아무말도 하지 못하게 되었고 하쿠는 이제야 조용해 졌다면서 하쿠를 방해한 명목으로 치사에게 벌을 줍니다. 치사의 형체는 흐려졌다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벌이라는 것은 치사가 절대 행복한 기억만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하쿠는 이런 귀찮은 일 말고 죽고 죽이는 소식을 들려달라며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우리의 말은 하쿠에게 아무런 소용이 없었던 겁니다. 또다시 우리는 하쿠의 손아귀에 놀아나고있었습니다.

bottom of page